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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엔 다시 그 사람인, <이터널 선샤인>
    영화 2024. 4. 16. 19:30

    결국엔 다시 그 사람인, <이터널 선샤인>

    다시 만난 조엘과 클레멘타인
    돌고 돌아 다시 만난 조엘과 클레멘타인. <이터널 선샤인>

    사랑 이야기의 모든 것, <이터널 선샤인>

    할리우드 대표 코메디 배우 '짐 캐리'와 타이타닉의 '케이트 윈슬렛'이 보여주는 사랑 이야기의 모든 것, <이터널 선샤인>입니다. 서로의 다른 매력에 반해 사랑에 빠지게 된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바로 그 다름 때문에 사랑만큼 이별 역시 뜨겁게 진행 중에 있습니다. '조엘'은 너무 힘든 마음에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으로 가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워달라고 합니다. 하필 이 날은 밸런타인데이라 기억을 지우고자 하는 사람들로 북적이죠. 깨어나면 잊어버리는 꿈처럼 기억의 핵을 최근 순서부터 지워나가기 시작합니다. 기억마다 있는 감정의 핵심 부분을 뿌리째 뽑아 버리면 기억이 서서히 삭제되는 것이죠. 기억의 지도를 그리기 위해 그녀와 관련된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면서, 어떤 추억이 있는지 기억에 집중해 떠올리게 합니다. 기억의 지도가 다 만들어지고, '조엘'의 집에서 드디어 기억을 지우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기억을 지워가는 동시에 '클레멘타인'과 행복했던 순간들이 떠오르게 되죠. 이제는 돌이키고 싶어도 돌이킬 수가 없습니다. 지워져 가는 기억처럼 주변에 있는 사람들부터 '클레멘타인'의 얼굴까지 흐릿해져 보이지 않게 되죠. 기억이 지워지기 시작하자, 그 기억을 지우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조엘'에게 실시간으로 들리게 되죠. 한 사람의 가장 아프면서 소중한 기억을 잊게하는 작업을 하면서, 그들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나눕니다. 물론 '조엘'에게도 들린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고 있기 때문이죠. '조엘'보다 먼저 기억을 지우려고 갔던 '클레멘타인'에게 접근한 '패트릭'은, 그녀의 기억을 지우자마자 '조엘'과의 추억을 이용해서 '클레멘타인'의 깊숙한 곳에 있는 감정을 건드려 가짜 사랑을 얻게 됩니다. 심지어 '조엘'의 글과 그림을 훔쳐서 기억을 잃은 '클레멘타인'의 불안한 마음을 감싸는 척하죠. 한편 '조엘'은 지워져 가는 기억 속에서 '클레멘타인'과 협심해, 그의 옆에 '클레멘타인'이 없었던 상황을 떠올려보는 대책을 내세우지만 도망칠 수 없습니다. 가장 창피한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도 도망가보지만, 결국 서로를 지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둘을 이 순간의 추억을 즐기기로 합니다. 그렇게 결국 마지막 기억까지 지우고 깨어난 '조엘'. 영화의 첫 시작으로 돌아가 충동적으로 출근을 하지 않고 떠난 여행에서 '클레멘타인'을 만나게 되죠. 이 둘은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되고 함께 밤을 지새운 후 '조엘'의 집으로 가기로 합니다. 잠시 짐을 챙기러 간 '클레멘타인'에게 하나의 소포가 도착해 있습니다. 바로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의 직원이었죠. 그녀 역시 기억을 지운 사람이고, 그 진실을 알게 된 후 모든 고객들에게 양심 고백을 합니다. 각자가 의뢰한 녹음테이프와 함께 말이죠. 그의 차에서 '조엘'의 단점을 내뱉으며 기억을 지우게 된 사실을 알게 된 둘. 충격에 빠진 '클레멘타인'은 집으로 돌아가고, '조엘' 역시 집에 도착해 자신의 녹음테이프를 듣게 됩니다. '조엘'을 다시 찾아온 '클레멘타인'은 자신의 단점을 내뱉는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되죠. 둘은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결국은 서로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하죠. "알겠어요" 사랑 이야기의 모든 것, <이터널 선샤인>입니다.

    기괴함과 영상미 그 사이 어딘가, '미셀 공드리' 감독의 천재적인 연출력

    제가 <이터널 선샤인>을 더욱 애정하는 이유는 바로 기괴함과 영상미 그 사이 어딘가인 것 같은 '미셀 공드리' 감독의 천재적인 연출력 때문인데요. 프랑스 출신의 '공드리 감독'은 록 밴드 드러머로 활동하면서 뮤직비디오를 늘 자체 제작을 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잘 아는 롤링스톤스, 라디오헤드, 다프트펑크 등 다양한 가수들의 뮤직비디오까지 연출한 경력이 있습니다. 이처럼 뮤직비디오 출신 영화감독들이 대거로 영화계에 등장한 때가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자신의 감정을 영화적으로 잘 표현해 낸 선두 주자였습니다. 라디오 헤드의 뮤직비디오 중 'Knives Out'은 특유의 기괴함과 우울함이 미셀 공드리의 동화 같은 영상미와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데요, 이터널 선샤인 연출과 굉장히 비슷한 느낌을 갖고 있죠. 기억이 지워져 가는 것들을 나타내는 다양한 영화적 장치들은 더욱 이 영화에 몰입하게 합니다. 갑자기 사라진다든지, 끌려간다든지,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 된다든지, 시공간이 뒤틀려있다든지.. 또한 대사와 이름의 의미까지도 암시를 하는 것 같았는데요. 여자 주인공인 '클레멘타인'이 처음 만난 날 타준 술의 이름이자 그녀의 머리색깔인 '블루루인'의 뜻을 찾아보니, '완전한 파멸'이자 '싸구려 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죠. 특히나 이 영화를 통해 저는 '짐 캐리'라는 배우에 대해 다시 보게 됐는데요. 이전까지는 사실 코미디 영화에 최적화 된, 과장된 연기를 하는 배우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터널 선샤인>을 통해 그가 보여준 연기는 이전에 코미디 연기만 찍은 배우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른 사람의 모습이었죠. 안아주고 싶고 심지어 멋있기까지 한 그의 모습에 두 번 놀랐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그가 찍었던 <짐과 앤디> 라는 영화까지 찾아보게 되었는데, 이 영화 역시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아서 다음번에 꼭 소개를 해드릴게요.

    마치 내 이야기같은, 디테일한 사랑 이야기

    <이터널 선샤인>은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굉장히 디테일해서 관객들이 마치 내 이야기처럼 공감하게 만듭니다. 그 사람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는, 사랑에 흠뻑 빠진 연인을 잘 표현했습니다. 그렇기에 이후에 기억이 삭제되면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들이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합니다. '조엘'이 처음 기억을 지우려고 병원에 갔을 때 그곳에는 기억을 한 달에 세 번이나 지우려는 사람, 울면서 기억을 지우고 있는 사람을 보여주는 장면은 기괴하고 소름이 끼칠 정도이죠. '조엘' 역시 기억을 지우기 위해 기억을 해내려고 지도를 그리는 장면은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기억을 삭제하는 장면에서 데자뷔를 느끼는 '짐 캐리'의 모습은 그의 유명한 작품인 <트루먼 쇼>를 오마주한 것 같은 느낌이죠. 그를 둘러싼 세상이 모두 가짜인 것처럼 보입니다. 중간에 '클레멘타인'과 진정한 사랑을 공유하는 기억이 지워져 갈 때 박사님을 애타게 부르며 제발 이 기억만은 남겨달라고 부르짖는 '조엘'의 모습은 바보같이 왜 그런 거냐고 탓하고 싶지만 이해가 가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죠. 영화 막판에는 이제 지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즐기기로 한 둘을 보며, '박정현'의 <꿈에>라는 노래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 노래 역시 너무나 원했던 사람이, 내 옆에 있는 행복한 순간이 눈앞에 나타나면, '아 이건 꿈이구나. 꿈에서라도 더 오래 봐야겠다.'라는 가사인데요. 꿈에서 깨지 않길 원하는 노랫말처럼 '조엘' 역시 이 기억 속에 남고 싶지 않았을까요. 기억의 끝, 그러니까 둘이 처음 만난 밤 '클레멘타인'의 집이 무너져 가면서 "이번엔 남는 게 어때?"라고 묻지만 "더 이상 남은 기억이 없어."라고 하는 '조엘'. 다시 말해 더 이상 지울 기억이 없기 때문에 정말 마지막 안녕인 것이죠. 다시 돌아와서 마지막 인사를 하며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끝나버린 둘의 기억. 마지막에 서로의 단점을 다 내뱉은 걸 들은 이후 뛰쳐나가는 '클레멘타인'을 붙잡은 '조엘'이 복도에서 하는 말은 너무 복잡하면서도 깊은 슬픔을 가져옵니다.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을 찾을 수가 없어요." "보이게 될 거에요" "알겠어요" "알겠어요" 서로의 모든 걸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눈빛, 울면서 웃는 얼굴 표정과 "알겠어요"를 연신 내뱉죠. 결국 다시 돌고 돌아 이 사람을 사랑할 수밖에 없구나, 사랑하게 될 수밖에 없다.. 모든 단점들을 알고서도 이 사람이기 때문에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거죠. '망각하는 자는 복이 있으니, 자신의 실수 조차 잊기 때문이다.' 번역가가 누군지 궁금할 정도로 참 표현을 잘한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과 악을 넘어서>에서 니체가 한 말이라고 하는데요. 이 영화의 모든 것을 관통하는 말이지 않을까 합니다. ‘망우삼림’ 나쁜 기억을 잊게 해주는 망각의 숲이라는 뜻인데요. 저에게
    이 영화는 ‘속는셈 치고 다시 한번만 더 사랑을 믿어볼까‘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은 '이동진' 평론가보다 더 많은 추천을 받고 있는 '왓챠피디아'의 ' Camellia' 님의 영화 한줄평을 공유하며 마무리할게요. '그 기억들을 가진 건 세상에 딱 둘 뿐인데, 내가 아까워서 어떻게 잊나요 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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