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청춘의 단면, <태양은 없다>영화 2024. 4. 22. 19:34
진짜 청춘의 단면, 태양은 없다
태양은 없다 영화 포스터 바닥까지 몰린 두 청춘의 이야기
이 영화는 제목 <태양은 없다>에서 느껴지듯이, 꿈도 희망도 없이 바닥까지 몰린 두 청춘이 끝도 없이 실패하고 부서지는 이야기입니다. 배우 '정우성'이 연기했던 '이도철'은 신인왕 타이틀까지 얻은 복싱 유망주였으나, 복싱선수들이 많이 겪는 '펀치 드렁크' 증상(뇌에 많은 충격과 손상을 받은 사람에게 주로 나타나는 뇌세포손상증으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의 혼수상태, 정신불안, 기억상실 등의 후유증) 때문에, 현실적으로 복싱을 계속할 수 없는 상태까지 몸이 망가져버렸죠. 배우 '이정재'가 연기한 흥신소 직원 '조홍기'는 돈이 되는 일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행동하는 인물로, 사기를 쳐서 벌게 된 모든 돈들을 도박에 탕진해 사채 빚까지 쌓여있는 상태입니다. 악마 같은 사채업자는 그를 지독하게 쫓아다니며 돈을 받으려고 하죠. '도철'과 '홍기'는 사채업계에서 잠시 함께 일을 하게 되고, '도철'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모델 지망생 '미미'와 연애까지 하게 되죠. 잠시나마 인생이 순탄하게 풀리는 듯했지만, 돈이 필요했던 '홍기'는 '도철'의 전재산을 들고 도망가버립니다. '홍기'는 '도철'의 돈을 또다시 도박으로 탕진해 버리고, '도철'은 어렵게 출전한 경기에서의 패배부터 어렵게 얻은 사랑마저 잃어버리죠. 이 모든 아픔을 같이 겪으며 더욱 끈끈해지는 두 청춘은 옥상에 쭈그리고 앉아 떠오르는 아침 해를 함께 바라봅니다. 결국 서로에게 서로만이 남았습니다.
‘이정재’, ‘정우성’의 찬란했던 젊은 날
보기만 해도 미소가 나오고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는 이 영화는, 국민 배우 '이정재', '정우성'의 화려하고 찬란했던 젊은 날을 엿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서로 다른 매력의 두 배우가 앳된 얼굴에 멋진 몸매와 패션 센스, 그 안에서 엿볼 수 있는 신인다운 패기와 연기에 대한 열정까지. 지금의 모습만 아는 저로써는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리즈시절을 괜히 꺼내는 게 아니구나 하고 말이죠. ‘이정재’는 지금처럼 그때도 연기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홍기’ 그 자체라는 느낌이 들어 감탄하면서 보게 됐고, ‘정우성’은 지금도 그 시절 미모를 이길 배우가 없다는 것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꼭 영화로 확인해 보시길. 또한 재미있는 포인트가, 이 영화의 내용처럼 모두 잃고 친구만 하나 건진 주인공들과 같이 두 배우 역시 서로를 얻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본인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캐릭터도 얻었다고 평가받는데요. 배우 '이정재'는 이 영화에서 '홍기'의 캐릭터를 실감 나게 연기함으로써 스펙트럼을 한 단계 더 넓혔습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훗날 '이정재'가 연기한 배역들 중에는 '홍기'가 성장해서 됐을 것 같은 캐릭터들이 상당히 많다는 점도 재미있죠.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의 '성기훈'처럼 살인게임에 참가하게 됐을 겁니다. 배우 '정우성' 역시 <태양은 없다>에서 보여준 선량하고 순박하면서도 고독한 파이터의 모습을 잘 발전시켰습니다. 이렇게 두 배우는 23년 만에 직접 제작한 영화 <헌트>의 감독과 배우로, 또 배우와 배우로서 만났습니다. 한국 영화의 부흥과 새로운 출발의 기준점이 된 1990년대 중반, '관객'의 개념이 성립하고 신예 감독들이 탄생하던 시기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 시기를 함께 시작한 두 배우가 본인들만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 국민 배우의 길을 닦아오며 지금까지도 관객과 함께 한국 영화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 감동적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감독을 이야기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최근 영화 <서울의 봄>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엄청난 열풍을 일으킨 '김성수' 감독의 작품으로, 이 영화의 역동적이고 화려한 촬영 기법은 홍콩 누아르가 떠오를 정도로 신선하고 느낌 있었습니다. 특히나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음악들은 지금도 손꼽히는 영화 음악으로 인정받고 있죠. 포스터만 봐도 음악이 자동으로 플레이되면서 영화 속으로 바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 영화를 보시면 이해되실 거예요.
청춘 영화의 바이블
청춘 영화의 바이블로 불리는 <태양은 없다>는 시대에 억눌린 길 잃은 청춘들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인데요. <비트>를 시작으로 <젊은 남자> <태양은 없다>까지 '한국의 청춘'이라는 아이콘을 만들어낸 영화들이 이 당시엔 엄청난 화제였죠. 영화 <비트> 역시 '김성수' 감독이 연출해 흥행에 성공한 뒤, 제대로 된 청춘 영화를 본격적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만든 작품이 <태양은 없다>였습니다. 유난히 길거리에 쭈그려 앉아있는 모습이 많던 두 주인공은, 목적지가 없는 막연한 청춘들의 모습을 나타내죠. 23년 만에 요즘 MZ세대들에게 <태양은 없다>가 역주행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는데요. '왕가위' 감독의 영화가 MZ세대들에게 새롭게 떠오르는 인기 영화로 자리 잡아가는 것과 비슷해 보이는데, 이는 마치 자신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하는 것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이죠. 마찬가지로 그 시절에 공유하는 정서로 소통이 되는 영화이기도 하고, 돌고 돌아 지금 유행하는 패션이 딱 저 당시의 패션인 것도 인기의 한 부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해피엔딩이 아닌 열린 결말이 더욱 인상적이었지 않을까 하는데요. 마지막에 살짝 떠오르는 태양의 장면은, '그래도 태양은 뜬다'라는 암시가 아니었을까요. 이때 당시에 주인공 둘 중 한 명은 죽어야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주변의 강한 의견들에, 감독과 배우는 '희망 없는 청춘들이지만, 내일을 당당하게 맞는 엔딩에 맞서고 싶다'며 지켜냈고, 그렇게 <태양은 없다>의 세련된 열린 결말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위태롭기에 태양처럼 타오르며 빛나는 청춘. 오늘 하루도 치열하게 살아내는 청춘들의 마음속에 작은 태양 하나쯤은 떠있길 바라며.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보다 뜨거웠던 사랑 이야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0) 2024.04.30 우연일까 운명일까, <500일의 썸머> (0) 2024.04.23 황홀하고 아름다운 꿈의 LA, <라라랜드> (0) 2024.04.18 결국엔 다시 그 사람인, <이터널 선샤인> (2) 2024.04.16 아무리 마음이 아파도 뒤 돌아보지 마세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0) 2024.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