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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보다 뜨거웠던 사랑 이야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영화 2024. 4. 30. 17:32
여름보다 뜨거웠던 사랑 이야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포스터 여름보다 뜨거웠던 사랑 이야기
여름보다 뜨거웠던 사랑 이야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1980년대 북부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여름날의 사랑을 이야기한 작품입니다. 17살 소년 '엘리오'는 여름방학 동안 가족들과 함께 부모님의 별장에서 시간을 보내죠.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조수로 찾아온 손님인 24세의 '올리버'가 함께 머무르게 됩니다. 처음에는 서로에 대한 감정을 숨기려고 하지만 점점 서로에게 끌리기 시자하면서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사회적인 편견으로 오해와 어긋남이 생겨나기도 하죠. 결국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을 확인한 두 사람은 감정을 숨기지 않고 서로를 서로의 이름으로 부르자는 약속을 하며 행복한 한 때를 보냅니다. 함께 수영을 하고, 춤을 추고, 책을 읽고, 자전거를 타며 점점 더 깊게 빠져들게 되죠. 하지만 이별은 너무 빨리 찾아옵니다. '엘리오'의 아버지는 이 사실을 눈치채고 이별에 힘겨워하는 아들 '엘리오'에게 인생의 진리를 설명해 줍니다. '올리버'가 떠난 후 걸려온 전화 한 통. '엘리오'는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습니다. '엘리오'의 처음이자 '올리버'의 전부가 된 그 해, 여름보다 뜨거웠던 6주간의 사랑 이야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입니다.
그해, 여름 손님
'안드레 애치먼'의 원작 소설인 <그해, 여름 손님>을 바탕으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연출을 맡았죠. 영화 감독이자 작가인 '제임스 아이보리'가 제작과 공동 각본을 맡았는데요, 이 작품으로 89세의 나이로 아카데미 각본상 최고령 수상자의 영예를 안기도 했죠. 영화의 주제가 아무래도 동성 간의 사랑이다 보니, 1980년대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더욱 마음을 표현하기가 어려웠던 시대였습니다. 그래서 영화 초반에 두 사람이 행동을 표현하는 방식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일부러 자신의 성향과 마음이 티 나지 않게 상대를 험담한다거나, 생각과는 반대로 상대방 앞에서 일부러 다른 여자와 키스를 하기도 하죠. 그렇게 서로를 오해하다가 중반 이후에 서로의 마음에 대해서 알게 되죠. 특히나 '올리버'는 이미 그런 경험이 있었을 테고, 한 철밖에 지내지 않는 이곳에서 17살 소년의 사랑을 받아주기에는 미안한 마음이 컸겠죠. '올리버'는 욕망에 대해 거리낌이 없을 정도로 굉장히 적극적인 인물임에도 유독 '엘리오'에게만은 조심스러웠죠. 이에 비해 '엘리오'에게는 처음 느낀 감정이었을 거고,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더 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초반에 두 사람의 태도는 상반될 수밖에 없었죠. 또한 극 중에서 두 주인공 모두 유태인이라는 설정도 중요한 포인트인데요. 극 중에서 유태인이라는 단어를 동성애로 바꿔보면 모두 다 맞는 말이 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유태인이라는 민족 정체성을 동성애라는 성 정체성이라는 측면으로 표현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기존에도 빛을 이용해 인간의 육체와 욕망을 드러내는 스타일입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여름이라는 계절 특성상 육체를 드러낼 수밖에 없고, 태양광을 굉장히 세심하게 잡아내서 욕망의 세계를 환하게 펼쳐놓습니다. 작품에서 두 주인공의 키스 장면이나 실내에서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에서도 발코니의 창을 열어놓는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어둡지 않게 연출하는 반면, 여성과 키스를 할 때에는 캄캄한 밤이라는 배경에 굉장히 어둡게 연출해서 잘 보이지 않는 상황으로 대조되게 연출하죠. 심지어 화면의 프레임에서도 우측 하단에 작게 배치하는 것을 보면 이 영화의 스포트라이트가 어디에 있는지 바로 알 수 있는 비교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주인공들의 행동을 보면, 이동할 때에는 꼭 자전거를 탄다든지, 배구나 수영을 한다든지, 춤을 추는 장면 등 몸을 쓰는 장면들이 많이 넣음으로써, 유한한 육체로 젊은 날을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이고 소중한 경험인지를 은연중에 느끼게 해주기도 합니다. 영화의 배경이 된 이탈리아 소도시에 실제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거주하고 있고 그의 집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그의 미적 감각이 돋보이는 집의 인테리어와 색감은 영화 곳곳에도 고스란히 녹아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화 그 자체에 살고 있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아름답고 따뜻한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입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라는 영화의 제목도 의미가 깊은데요. 상대를 자기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엘리오'가 '올리버'고 '올리버'가 '엘리오'인 하나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몸을 담글 수 없다. 강물은 흐르기 때문이고 그 또한 같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화면에 여러 번 등장하는 책인 '우주의 파편들'을 쓴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한 말인데요. 계속 흘러가는 강물처럼 인간 역시 하나의 원형이 있는 게 아니라 오직 변화함으로써만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죠. '엘리오'가 계속해서 바뀌고 변해가면서 이름과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 두 사람 역시 하나의 몸이었는데 나눠져 있다가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을 'Call Me by Your Name'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요. 두 사람이 온전히 하나가 되고 싶은 감정을, 이름을 부르는 방식으로 나타낸 거죠. 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는 명장면으로 손꼽히는 장면들이 많은데요. 제가 가장 눈물을 흘렸던 장면은 '엘리오'를 위로하는 아버지의 모습이었습니다. '엘리오'가 이 혼란스러운 모든 사랑의 감정에 대한 여정을 끝내고 집에 도착했을 때, 자신이 아들의 성 정체성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상처 주지 않게 표현하면서도, 진짜 어른으로서 담담하게 해주는 말이 제게도 너무나 큰 위로가 됐죠. "우린 빨리 치유되려고 자신을 너무 많이 망쳐. 그러면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줄 것이 점점 줄어든단다. 어떤 삶을 살든 그건 네 마음이다. 다만 이것만 기억해. 우리 몸과 마음은 단 한 번만 주어진 것이고 너도 모르는 사이 마음이 닳고 닳게 된다는 걸. 지금은 슬픔과 아픔이 있어. 그걸 없애지 마라. 네가 느꼈던 기쁨도 말이야." 정말 현명한 아버지 그 자체였습니다. 이 장면이 아버지 혼자서 엄청나게 긴 대사를 담담하게 풀어나가기 때문에 더욱 와닿았고 또 대단한 연기를 해낸 부분이라고 느껴집니다. 또 하나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나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데요.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의 불빛 앞에서 '엘리오'가 울고 있는 장면이 상당히 길게 나오다가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갑니다. 특히 마지막에 엄마가 '엘리오'라고 부르자 고개를 돌려서 바라보는데요. '올리버'를 '엘리오'라고 불렀기에 자신의 이름이 들리는 순간 '올리버'를 부르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아름다우면서 가슴 아프고, 나의 상처들까지도 떠오르게 만드는 '엘리오'의 눈물은 이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임에 틀림없습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누구나 마음 한편에 품고 있는 첫사랑의 아픔과 순수함이, 어설프지만 아름다운 청춘의 한 페이지를 보여주죠. 오늘도 '이동진' 평론가님의 한 줄 평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가득한 햇살로 그 여린 날들을 축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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