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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순간이 나였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2> 리뷰
    영화 2024. 7. 14. 20:44

    모든 순간이 나였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리뷰

    영화_인사이드아웃2_포스터
    영화 <인사이드 아웃2> 포스터

    남녀노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스토리_영화 내용 및 리뷰

    남녀노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스토리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2015년 개봉작 <인사이드 아웃>이, 무려 9년 만에 <인사이드 아웃 2> 속편으로 돌아왔습니다. 시간이 참 빠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는데요. 이 영화가 사람의 내면의 감정들에 대해 다루는 영화인만큼, 이번 <인사이드 아웃 2>에서는 감정의 변화를 나타내기에 최적의 시기인 '사춘기'를 다뤘습니다. 저는 1편을 볼 때는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이번에 2편이 나오면서 왜 제목이 '인사이드 아웃'일까라는 궁금증이 들어 서치를 해봤는데요. Inside Out, 영어 단어 뜻인 '내면에서 밖으로'라는 의미 그대로, 나의 내면에 있는 감정들이 밖으로 어떻게 표출되는지 감정 캐릭터들을 통해 그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인사이드 아웃 2>에서는 1편에서도 나오던 다섯 가지 감정들인 '기쁨(joy)', '슬픔(sadness)', '분노(anger)', '소심(fear)', '혐오(disgust)'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감정 캐릭터린 '불안(anxiety)', '당황(embarrassment)', '따분(ennui)', '부럽(envy)'가 등장하는데요. 새로운 캐릭터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소개하자면, 뭐든 다양한 경우의 수까지 고려해 계획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불안이'와, 부끄러움이 많아 항상 숨고 싶어 하는 '당황이', 다른 사람의 모습과 자신을 비교하며 항상 부러워하는 '부럽이', 그리고 모든 것에 시니컬한 '따분이'가 등장해 새로운 상황과 극적인 요소들을 만들어내죠. 영화에서는 극적인 요소를 위해 '불안이'가 많이 부각되긴 했지만 다른 감정들 역시 현대인들에게 만연한 감정들이라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점은, '라일리'가 사춘기가 극대화되는 장면에서 가장 크게 웃음이 터진 분들이 바로 부모님 세대였다는 점인데요. 자녀들을 키워 봤던 경험에서 오는 공감이었겠죠. 이 영화가 1편부터 2편까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 이야기 그 자체인 거죠. '아, 내가, 혹은 우리 아이가 이래서 슬펐구나, 이래서 기뻤고, 이런 때가 있었지.' 하는 눈에 보이지 않던 감정들을 캐릭터를 통해 가시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머리로 이해할 수 있게 된 거죠. 저는 아직 부모가 되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라일리'의 입장이 더 이해가 됐는데요, 사춘기 때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시기인 만큼 자아가 강해져서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감정들이 몰려오는 것 같아요. 그걸 영화에서 굉장히 세심하게 잘 표현해 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어릴 때부터 가질 수 있는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감정들과, 사춘기라는 포인트로 잡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기는 새로운 감정들과의 대립이 한 인간의 성장을 잘 보여주죠. 1편에서의 핵심적인 감정은 '기쁨이'였다면, 이번 2편에서의 핵심 캐릭터는 '불안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어린 시절에는 세상 모든 게 흥미롭고 재밌고 기쁜 순간들이 가득했었다면,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사춘기가 되면서 신체적, 감정적 변화뿐만 아니라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정함은 물론,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과도한 걱정까지, 우리 모두가 성장하면서 겪어 온 감정들을 잘 표현했습니다. 물론 사춘기라는 상황이 주요한 설정 이긴 하지만, 이 이야기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내용은 '나는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좋은 기억도 나쁜 기억도, 내가 경험하고 생각하고 판단한 그 모든 것이 신념을 이루고 자아로 형성되며 자신만의 특성을 갖는 인간이 되는 것이죠. 막판에 광기로까지 보이는 '불안이'의 행동으로 자칫 어긋날 뻔 하지만, 그렇다고 '불안'이라는 감정이 나쁜 감정일까요? 극 중에서 '불안이'는 누구보다 '라일리'를 위해 가장 많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계획적인 캐릭터이기도 하죠. '기쁨이'가 기억의 저편으로 안 좋은 감정들을 보내버린 게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나쁜 감정이란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컨트롤하지 못하고 표출되는 감정, 외면받은 채 해결하지 않는 감정들이 있는 거죠. 내 속에서 일어나는 이런 다양한 감정들을 잘 관리하고 해소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요? 저는 마지막에 '불안이'가 끝까지 조종하는 핸들을 놓지 못하고 눈물이 차오를 때 같이 울어버렸습니다. 사실은 '불안이'도 힘들었던 거죠. 현대인들이 얼마나 큰 불안에 사로잡혀있고 그로 인해 방향성을 잃어가는지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합니다. 핸들을 놓지 못하는 '불안이'를 '기쁨이'가 도와주고, 마지막에 모든 감정들이 다가와 자아를 안아줄 때도 한 번 더 눈물이 흘렀어요. 어렸을 때부터 있었던, 원초적인 감정이었던 '기쁨'과 함께 '라일리'만의 자아를 찾게 되는 부분에서 큰 감동이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눈 앞에서 보는 것처럼!_시각적 요소들

    이번 <인사이드 아웃2>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시각적인 요소들인데요. 기존 1편에서도 감정들을 캐릭터화하는 것은 물론 그것들이 어떻게 우리 감정으로 작용하는지 시각적인 효과와 훌륭한 애니메이션으로 볼 수 있어서 몰입도가 더욱 높았었죠. 이번 2편에서는 새로운 공간들이 훨씬 더 고퀄리티로 표현되면서 감탄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이 바로 '신념 저장소'인데요. 시각적으로 너무나 훌륭하게 표현된 '신념 저장소'는 처음 보자마자 영화 <아바타>의 나무가 연상됐습니다. 신념 저장소에서 자아를 나무로 표현하는데요. 신념을 구성하는 기억의 구슬을 집어넣게 되면 줄기처럼 쭉 뻗은 기억들이 한 데 모여 자아로 형성되는 모습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잘 표현했습니다. 파란색 빛의 나무는 어린 시절에 형성된 자아를 나타내고, 주황색 빛의 나무는 새롭게 형성된 자아를 나타내는데요. 좋든 나쁘든 다양한 경험과 기억들이 커다란 나무의 뿌리 속 거름처럼 스며들어 줄기를 이루고 하나의 커다란 나무가 되는 거죠. 사춘기는 우리 모두 겪어봤지만, 독립적인 어른이 되는 터닝포인트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이때 급격한 감정적 변화와 함께 그동안 자신이 했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신념이라는 것이 생기고 이로 인해 새로운 자아가 형성되면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되는 거죠. 영화에서도 바로 이 일련의 과정을 말하고 있는데요. 이 신념과 정체성이 단단하고 확고한 사람들은 순간순간 변하는 욕심, 불안, 등의 감정에만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고 잘 다스리면서 인생을 살아나가는 거죠. 또 이번 속편에서 새롭게 등장한 '의식의 흐름'을 표현한 푸른 강과, 잊힌 기억들을 한데 모아둔 '기억의 저편'도 굉장히 인상적으로 표현됐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제 성격상 가장 공감됐던 부분은 바로 '불안이'의 상황실이었는데요. 평소에 고민이 있을 때 잠 못 이루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모습을 너무나도 공감되고 재미있게 표현이 된 것 같았습니다. '불안이'의 명령으로 계속해서 나쁜 상상들이 뜨던 상황실에서 '기쁨이'로 인해 전혀 반대의 긍정적인 상황으로 바뀌는 장면이 특히 좋았던 부분이었습니다. 영화를 새롭고 재밌게 만들어 주는 관전 포인트이니 즐기면서 감상하실 수 있을 겁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것 같아. 기쁨이 줄어드는 것." 명대사로 보는 인생의 진리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것 같아. 기쁨이 줄어드는 것." 이 영화는 특히 인생의 진리를 깨닫게 하는 명대사가 굉장히 많은 걸로 유명한데요. 가장 유명한 저 명대사는 저도 일상에서 순간순간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이기도 해 슬퍼지기도 했어요. '기쁨'이의 말처럼 어른이 된다는 건 이렇게 나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쁨을 모른 체 앞만 보고 달리는 일상에 집중하면서 놓치는 것 아닐까요. 행복할 수 있는 순간은 충분히 많고 나 스스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에서의 행복을 찾지 못하는 '라일리'가 마지막에 경기장에 쏟아져 들어온 한줄기 햇빛에서, 그리고 스케이팅을 할 때의 그 감촉에서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를 보일 때, 다시 '기쁨'을 찾게 된 순간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하죠. 저도 힘들 때 가장 이겨낼 수 있었던 건 물질도, 성공도 아닌 그냥 자연 그대로를 느끼는 산책이었어요. 무더운 더위가 이어지던 날 갑자기 비가 내리면서 선물처럼 찾아온 하루였는데, 자전거를 타면서 오랜만에 느끼는 시원한 바람과 풍경을 느끼던 그 한 시간으로, '아 내가 살아있구나, 이런 게 행복이구나.' 했어요. "라일리가 어떤 사람인지 우리가 결정할 수는 없어." 이 대사에서 전하고자 하는 말은 즉, 개인의 자아를 형성하는 것은 감정이 아닌 신념이라는 것인데요. 감정은 상황마다 그때그때 바뀝니다. 그 상황마다 내가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하는지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결정되는 거죠. "기쁨이 가는 곳에 슬픔도 같이 가야지." 우울하고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암울한 상황에서도 희망은 있습니다. 나만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어디서부터 오는지 발견하고 잘 이용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그래야 똑같이 힘든 상황이 와도 잠깐이라도 기분이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실천하고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테니까요. "재미만 있으면 길을 잃은 게 아니야" 인생의 재미가 중요한 '기쁨이'의 대사와 정반대로 '불안이'는 "하키는 놀이가 아니야, 스포츠야."라는 말을 하는데요. 저는 두 감정의 말 모두 맞다고 생각합니다. 미래를 고민하면서 한층 더 성장하게 된 '라일리'를 보여주기도 하고요. <인사이드 아웃 2>의 명대사는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어른들에게도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주는 영화이니 마음이 지칠 때 한 번씩 위안을 받으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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