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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쩌다 애틋해지는 손석구 연출 영화 <언프레임드 재방송> 리뷰
    영화 2024. 1. 21. 17:33

    어쩌다 애틋해지는 손석구 연출 영화 <언프레임드 재방송> 정보, 내용, 감상평, 주요 연출 포인트

    영화_언프레임드_재방송_포스터
    영화 언프레임드_재방송_포스터

     

    '저 둘의 하루는 어땠을까' (영화 정보)

     "저 두 사람의 귀갓길은 어두울 것 같다. 저 둘의 하루는 어땠을까" 실제로 '손석구' 감독이 어느 결혼식에 갔다가 유독 소외되어 있었던 이모와 조카의 모습에서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는 제작 비하인드는 관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2021년 12월 8일에 WATCHA(왓챠)를 통해 공개된 숏 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 네 명의 아티스트(손석구, 박정민, 최서희, 이제훈)가 각각 네 편의 영화를 연출했고, 총 130분으로 이루어져 있어 한 편 당 짧은 러닝타임으로 다양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언프레임드의 단편영화 중 '손석구' 감독이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은 <재방송>은, 결혼식장에 동행하게 된 이모(배우 변중희)와 조카(배우 임성재)의 성가시면서도 애틋한 하루를 담은 로드무비이다.
     

    '서두를 거 없어' '화이팅 하세요!' (줄거리)

    ‘서두를 거 없어’ ‘화이팅하세요!’라는 두 단어와 눈빛이 머리와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이 영화는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한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언덕을 오르는 '수인'의 등장에서부터 시작된다. 배우를 꿈꾸는 30대 백수 조카 '수인'은 가족 중 가장 시간이 많다는 이유로 이모를 모시고 친척 결혼식장에 오라는 미션을 받는다.  서로 다른 이유로 불편한 마음을 갖고 결혼식장에 가야 하는 '수인'과 이모. 결혼식에 가던 도중 갑자기 병원으로 가자는 이모의 말에 함께 병원에 도착했는데, 친한 조감독에게 갑작스러운 보조출연자 역할을 해달라는 전화를 받게 된다. 링거를 맞게 된 아픈 이모를 두고 고민하다가 엄마에게 이 상황을 전달하면서 '수인'의 내적 갈등이 폭발하게 된다. 그동안 쌓여온 자격지심과 함께, 무엇보다도 출연 기회가 불규칙적인 처지이다보니 단 한 번의 기회가 더욱 간절했을 '수인'은 병원을 떠나 촬영장으로 간다. 

     '수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링거를 맞으며 병실에 누워있다가 꿈을 꾸게 된 이모. 꿈에 찾아온 딸을 바라보는 이모의 눈빛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리움과 반가움, 슬픔으로 가득 차 있다. 병원을 매일 오는 이유는 바로 딸이 일하던 병원이었고, 이모는 이곳에서 끊임없이 딸과의 기억을 떠올린다.

     결국 촬영장으로 가지 않고 병원으로 돌아온 '수인'은 이모를 모시고 다시 결혼식장으로 향한다. 결혼식장으로 가는 버스 안. "일이 힘드냐? 서두를 거 없어." 무심하지만 따뜻하게 건네는 이모의 위로에 '수인'은 침묵뿐이다. 식장에 도착한 '수인'과 이모. 어떠한 이유로(영화를 통해 확인) 불청객이 돼버린 이모와, 역시나 친척들의 관심이 불편하기만 한 백수 '수인'은 서둘러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나려고 한다. 밥 먹고 가라는 엄마에게 짜증 섞인 말을 남기며 떠나려던 '수인'은 자기와 똑같은 모습의 이모가 눈에 밟힌다. 병원으로 다시 돌아왔던 것처럼 이모에게 다시 돌아온 '수인'. 이모가 반찬과 함께 챙겨줬던 후식인 요구르트를 가방에서 꺼내 이모에게 건네며 "화이팅 하세요!"라는 소심한 응원을 남긴다. "반찬 떨어지면 또 와, 너 오늘 애썼다"라는 이모의 답은 지독한 동질감마저 느껴진다. 

     

    '결핍이 결핍을 알아본다' (감상평)

    '결핍이 결핍을 알아본다.'  이 영화를 한마디로 표현한 '손석구' 감독의 말이 이 영화의 의미를 가장 잘 전달해 준다. 먼저 영화를 보면서 왜 제목이 '재방송'일까를 생각하며 보게 됐다. "남잖아요, 영원히, 재방송으로"라는 영화 초반의 '수인'의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재방송처럼 계속 대중들에게 비치고 싶은 조카 '수인'과, 재방송처럼 계속 나타나는 딸을 그리워하는 이모의 공통점이지 않을까.

     '이모와 조카'라는 흔하지 않은 관계 설정도 흥미로웠다. 결혼식장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옆도 앞뒤도 아닌 통로를 사이에 두고 앉아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어느 정도 유대감은 있으나 둘 사이의 적당한 거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에서 소외된 무명 배우 '수인', 상실감을 안고 살아가면서 가족 사이에서도 소외를 느끼는 이모. 비슷한 상황에 있는 두 사람은 마지막에 서로에게서 그 무언가를 보게 되고, "화이팅 하세요" "반찬 떨어지면 또 와, 너 오늘 애썼다"라는 대사를 나누는 '임성재' 배우와 '변중희' 배우의 눈빛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서로의 상실감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둘 뿐이라는 사실. 현대 사회에서 누구나 느끼는 결핍과 소외감은 나와 우리의 이야기이다. 쏟아지는 친척들의 질문에 명절을 피하고 싶은 모습은 우리가 겪었던 젊은 날 그 자체이고, 소중한 누군가나 무엇을 잃어 본 상실감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마지막에 '수인'이 건넨 요구르트는 어쩌다 애틋해져 버린 '수인'의 마음이 담긴, 이모의 마음을 치유해 주는 약과 같지 않았을까. 

     

    'See you again' (주요 연출 포인트)

    ‘See you again'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음악으로, 마지막까지 해당 가사가 흘러나오며 묘한 감정과 슬픔, 애틋함마저 불러일으킨다. 영화 그 자체의 감상도 중요하지만, 감독이 어떤 생각과 의도를 가지고 연출했는지는 나에게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손석구' 감독은, '손석구' 다운 소소하면서 따뜻한 일상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특히나 다큐 같은 리얼함에 집중해, '진짜'같은 공간, 배우들의 '진짜'같은 연기에 중점을 두었다. 감독이 유독 많이 신경 써서 담았다는 하염없이 천장만 바라보는 '수인'의 모습은, 그의 30대가 고스란히 담긴 캐릭터라고 한다. 가족행사가 있으면 일주일 전부터 눈물이 날 만큼 우울했던 무명 시절의 기억을 리얼하게 보여주고자 한 것이 잘 담겨있는 장면들이었던 것 같다. 티격태격하는 엄마와 '수인'의 관계도 실제 '손석구' 배우의 어머니를 모티브로 한 재미 포인트로 볼 수 있다.

     공간의 리얼함 역시 나에게는 크게 와닿았는데, 특히 마지막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며 나오는,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이모네 집 거실은 너무 일상적이라서 벅차기까지 했다. 나는 이 영화가 '진짜'를 제대로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더욱 깊게 이해하고 싶다면 '손석구' 감독과 배우들이 참여한 WATCHA  '재방송' 코멘터리 영상을 유튜브에서 감상해 보시길.

     마지막 엔딩 크레디트에 나오는 음악 제목인 'See you again'이란 말처럼 누구에게나 다시 찾아오는 '재방송'의 순간들이 모두에게 따뜻하기를. 그리고 '손석구' 감독의 새로운 연출작 역시 다시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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